guitar lessons

기타 레슨 7 - F.Sor, Opus 35 - 13 & Opus 44 - 15 최종 정리

vegetarian 2012. 6. 1. 01:02

6월은 기타 레슨으로 시작했다. 


이번 레슨은 글로 정리하기가 참 어렵게 느껴진다. 음악에 관한 미묘한 내용들을 글로 옮기는데 있어 나의 표현력에 자신이 없다고나 할까. 아무튼 내가 나름대로 이번 강의의 핵심 주제를 뽑아낸다면 ‘대비 contrast를 통한 악상 표현’ 정도가 될 것 같다. 


15번을 먼저 연주해보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나의 연주를 듣고 먼저 템포에 대한 말씀부터 하셨다. 이곡은 8분음표로 진행되다가 16분음표로 템포가 잘게 쪼개지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이 부분 (두배로 빨라지는 부분)에 등장하는 주제는 음표의 길이대로 그대로 연주할 경우, 정시에 나옴에도 불구하고 제 템포보다 빨리 나오는 것처럼 청중에게 들릴 수 있다고 하셨다. 청중은 객관적으로 듣는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음들은 결국 상대적인 관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여받는다고나 할까. 표현 참 더럽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더 쉽게 표현할 능력이 없다.





특히 위의 악보에서, 대위법적으로 새로운 성부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이 부분을 조금더 주목받게 하려면 바로 앞의 레#음의 음가를 충분히 끌어줄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마치 템포 루바토처럼. 일정한 템포로 진행되는 곡에서 청중의 예상(일정한 템포로 계속 음들이 나올 것이라는)을 깨야 그 부분이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목을 끌어내는 방법은 크게 강약 조절과 템포 조절이 있을 수 있다. 지난 시간 강의에서는 이 부분을 조금 강하게 연주하라고 하셨는데, 이번 강의에서는 또다른 강조법에 대해 말씀하신 셈이다. 




지난 강의에서 내가 착각한 부분을 바로 잡는 내용도 있었다. 지난 강의 내용을 기록하면서 대위법적으로 새로운 주제가 시작하는 부분(동그라미부분)을 강하게 해야한다고 적었는데, 좀 주의를 해야할 부분이 있다. 위의 동그라미 안의 선율은 새로운 주제가 시작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앞에서 진행되어온 주제가 계속 하강하면서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전음악에서 한 프레이즈의 앞은 강하게 뒤로 갈수록 여리게 연주하는 관습적인 속성이 있으므로 이 부분을 인위적으로 크게 연주할 경우 음악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깨뜨리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부분은 계속 하강해서 내려가는 부분이므로 갑자기 강해지는 것은 더욱 어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런 부분은 강하게 연주하기 보다는 오늘 배운대로 그 앞의 도음을 템포 루바토로써 충분히 끌어줌으로써 다음에 나올 주제를 부각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런 비유를 하셨다. 동일한 색의 두 물체가 배경색에 따라 전혀 다른 색상으로 인식되는 착시효과 것처럼, 결국 음악도 요소들 간의 상대적인 대비에 따라 음색과 성질이 전혀 다르게 전달될 수 있으며, 연주자는 그것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위법이 쓰인 곡은 마치 여러 명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쏟아내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런 대비를 적절히 살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결국 오늘 배운 템포에 대한 내용도 이러한 맥락인 것이다. 음악에서도 역시 ‘상대성’이 중요한 것이다.


선생님께서 다시 한번 배운 내용을 적용해서 연주해보라고 주문해서 조금 연주하는데 5번 선이 끊어져버렸다. 레슨을 더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레슨은 조금 일찍 마쳤고, 대신 그 후로 음악과 종교와 도의 유사성에 관한 이야기 등등이 이어졌다. 도를 깨우치는 수단으로서의 음악, 인도 종교에서 볼 수 있는 음악의 신성함 등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아직 나의 배움이 짧지만 실로 음악 안에도 오묘한 질서와 규칙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음악 역시 대우주의 축소판이므로, 여기에 몰입하여 그 이치를 깨우친다면 실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도에서 Pandit란 존칭을 학자와 음악가에게 붙이는 것은 다 이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다음 레슨 곡은 오늘 줄이 끊어져서 중단했던 곡과, ‘아멜리아의 유서 El Testament d’Amelia’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