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의 유서 두번째 시간. 이번 레슨에는 ‘리듬’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나의 연주를 들으시고는 전체적으로 강박만 느껴진다고 하셨다. 세련된 연주를 위해서는 리듬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시며, 이곡에 적용할 리듬에 관해 말씀하셨다.
이곡을 보면 해당 마디의 화성을 결정하는 화음이 두번째 박자에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또 울리는 음이 수적으로도 많다. 따라서 이곡은 자연스럽게 두번째 박자가 강하게 들리게 되어있다고 하셨다. 그러므로 3/4박자의 전형적 리듬인 ‘강약약’이 아니라 ‘약강약’처럼 연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하셨다. 마치 짐노페디의 리듬처럼.
그래서 두번째 박자에 강세를 넣어 ‘약강약’으로 연주했다. 기존의 연주 성향이 습관이 된 탓인지 스스로도 영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나의 연주를 들으시고는 선생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촌스럽다’ ㅜ.ㅠ 일부러 강세를 지나치게 준 탓에, 마치 뻔히 아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듯한 촌스러운 느낌이 든다고 하셨다. (글을 적다보니 문득 촌스럽다는 표현이 도시와 지방을 차별하는 표현은 아닌가하는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잡념이 머리를 스친다.) 아까 언급한 것처럼 이 곡에서는 멜로디가 계속해서 단위 박으로 등장하므로 결국 화음이 몰리는 둘째음이 강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나치게 오버해서 강세를 더 줄 필요는 없다. 아마도 핵심은 두번째 박자에 힘을 몰아넣으라는 것이 아니라, ‘약강약’의 리듬을 살리라는 말씀인 듯.
이렇게 일정한 리듬으로 진행하다가 ‘리듬 텐션’을 줄 수 있는 곳이 등장하니, 그곳이 바로 저면6화음이 등장하는 13마디. 즉 이부분에서는 첫 박을 강하게해서 기존의 리듬을 깨고 긴장을 더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부분은 강하게 펼침화음으로 연주해서 긴장감을 확실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일반적으로 기타연주에서는 긴장을 표현하고 싶은 경우에 화음을 동시에 치지 않고 펼침화음으로 연주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펼침의 시간이 길수록 더욱 긴장은 고조된다고 하셨다. 이와 관련하여 나의 연주에서 곡의 첫 박 등에서 악상과 상관없이 펼침화음(혹은 베이스와 다른 음에 시차를 두어 탄현하는 것)을 사용하는 습관에 대해서 지적하셨다. 즉 의도나 목적없이 그냥 펼쳐 연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곡에서는 두번째 박자의 강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첫박에서부터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할 필요가 더욱 없다는 것이다.
레슨 도중 질문을 하나 드렸다. 다름이 아닌 Dm 화성인 마디에서 베이스로 등장하는 ‘라’음의 역할에 대해서. 나는 그것이 혹시나 계속 이어지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도미넌트를 사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특히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형식의 곡에서, 그 패턴이 끝나는 마디의 마지막 박에 도미넌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그런 역할 보다는 1-5도 진행이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마치 물결치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을 준단다. 3음(가온음)이 들어가면 색채가 강해지므로 편안하게 흐르는 느낌을 주기 위해 1-5를 번갈아가며 사용했을 것이라고 하셨다.
나의 연주를 들으시고 또 하나의 제안을 하셨다. 코다 부분에서 멜로디 라인을 모두 엄지로 연주하라는 것. 강세와 음색의 통일성을 살리기 위해서. 이 곡의 경우엔 멜로디를 엄지로 하려면 베이스 음과 동시에 울리는 멜로디의 경우는 엄지가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이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여지껏 이런 식으로 연주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시범을 보니 그렇게 연주해도 어색하지 않다.
리듬이라는 주제로 한시간 이상이 훌쩍 지나갔다. 선생님께서는 결론적으로 곡을 완주하게 하는 힘은 리듬에서 나온다는 말씀을 하셨다. 강박과 약박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대비... 문득 이런 표현이 머리를 스친다.
다음 레슨 곡은 다시 소르의 곡. op6의 8번인데, 허허참... 다른 사람의 연주를 찾아 한번 들어봤는데, 뭔가 난해한게 심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