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레슨 바로 앞 시간에 신동(?) 어린이가 선생님께 레슨 받는다. 그래서 사부님은 늘 레슨을 시작하시면서 조금 전에 총명한 어린 제자를 가르치시면서 느끼신 감동(?)에 대해 내게 말씀하시곤 한다. 그 때 얻은 기쁨의 힘으로 둔재(?)인 나를 가르치신다며... ㅜ.ㅠ 사실상 ‘비교체험 극과극’.
아무튼 로망스 두번째 시간. 지난 번에 제안하신 방식대로 반주부만 모아서 연주를 했다. 오늘도 역시 베이스 터치에 대해 지적하셨다. 베이스음 터치가 반주하기에는 질적으로 부적합하다고 하셨다. 베이스 선율이 불규칙하게 들린단다. 마치 콘트라 베이스가 큰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베이스가 베이스다운 역할을 해야하는데 내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 그 이유 중 하나로 지적하신 것이 ‘손톱소리’ . 스승의 처방은 손톱 소리가 전혀 나지 않게 아포얀도로 연주하라는 것. 한동안 선생님과 함께 엄지의 각도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적절한 음색을 찾아보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엄지 손톱을 완전히 깍고 연습해보라고 하셨다.

4~5마디 4묶음의 반주부에서 가장 강하게 연주해야할 부분이 몇 번째냐고 질문하셨다. 나는 세번째라고 대답했다. 정답이었다. 이유를 물으셨다. 나는 다시 토닉인 Am로 돌아와서 그런거라고 대답하셨고, 선생님은 ‘땡’이라고 하셨다. 답은 맞았으나 풀이는 틀린 셈. 세번째 묶음(?)에 등장하는 ‘라’음은 계류음이다. 5마디의 조성은 E메이저이며, 앞 마디에서 넘어온 ‘라’음이 긴장을 유발하다가 #솔으로 떨어지면서(즉 온전한 E메이저가 되면서) 해소되는 마디이다. 즉 이 계류음의 긴장감을 충분히 표현하고 해소해주기 위해서 계류음이 들어간 세번째 묶음이 가장 강하게 연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하셨다. 이 곡에서는 이런 계류음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므로 유의하라고 하셨다.
오늘 레슨은 반주부만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멜로디를 연주해보라고 하신다. 사실 지난 시간에는 멜로디를 중점으로 연습했는데 레슨은 반주부를 하라고 하셔서 당황했는데, 반주만 열심히 연습한 오늘은 멜로디를 연주해보라고 해서 당황했다. 아무튼 연주했다. 앞부분만 조금.

멜로디 연주를 들으시더니, 부점 표현부터 지적하셨다. 부점 다음에 등장하는 음이 어정쩡한 타이밍에 등장해서 부점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하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부점에 강세를 넣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3마디 4박에 등장하는 ‘라’의 경우는 하행 도약음이므로 강하게 연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셨다. 음의 급격한 하행이 주는 느낌을 훼손시킨다는 것. 그리고, 이 하행도약음 ‘라’가 길게 지속되다가 마지막 박에 ‘시’음이 등장하면서 다음 마디로 넘어가는데, 이 ‘시’음에는 강세를 넣어주라고 하셨다. 기타에서 긴 지속음 뒤에 나오는 음은 자연스레 주목받게 마련이므로 그 맛을 더욱 살리라는 것이다.
비브라토에 대한 말씀도 하셨다. 기타의 특성상 비브라토를 사용해도 플렛 때문에 다른 현악기들 처럼 음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음의 상하 진동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 그러므로 계속 비브라토를 표현하기 보다는 핵심적인 부분에, 즉 포인트를 주고 싶은 부분에 집중해서 사용할 것을 제안하셨다. 특히 이 곡의 분위기 상, 진폭을 너무 조밀하게 비브라토할 경우, 시쳇말로 좀 ‘깬다’. 오히려 슬쩍 약하게 들었다 놓는 정도의 약한 비브라토가 적절하다고도 하셨다.
오늘 수업을 듣고 나니, 예전에 했던 내 연주가 참 촌스럽게(?) 느껴졌다. 역시 제대로 곡을 이해하고, 표현에서 살려야하는 핵심을 분명히 잡아 연주해야 맛이 산다. 아직 이를 독자적으로 찾아낼 내공은 안 되는데, 점점 눈이 떠지겠지.